욕실 방수 작업을 쉽게 이해하려면 욕실 전체를 커다란 방수 바가지로 만든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 바가지 안에 물이 고이도록 하여 물이 욕실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방수의 기본은 바닥 방수
가장 중요한 것은 바닥 방수입니다. 하지만 물그릇을 만들듯 바닥과 벽이 만나는 모서리 부분은 물이 새기 쉬워 벽의 아랫부분까지 함께 방수 처리를 합니다. 과거에는 욕실 방수를 무릎 높이까지만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때 만들어지는 방수 바가지는 사실상 욕실 문턱 높이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벽을 높게 방수해도 문턱을 넘어가면 물이 밖으로 새어 나가기 때문에, 벽을 높이 방수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허리 높이까지 방수하는 이유: 수전 보호
그렇다면 왜 최근에는 허리 높이까지 벽 방수를 하는 걸까요? 바로 수전(수도꼭지) 때문입니다. 만약 수전과 연결된 배관에서 누수가 발생했을 때, 물이 벽 뒤로 넘어가지 않고 욕실 안쪽으로 흐르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이를 통해 누수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감지하여 대처할 수 있습니다.
방수 시공 예시
아래 사진은 수전 아래쪽에 액체 방수(액방)를 시공한 모습입니다.
도막 방수는 이름 그대로 방수액을 여러 번 칠해 두꺼운 막을 형성하는 방식입니다. 앞서 설명해 드린 액체 방수(액방)가 된 부분 위에 덧입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도막 방수의 높이는 액체 방수된 곳 이상으로 올라갈 수 없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면 세면대 배관 부분까지 도막 방수 처리가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벽 방수는 주로 수전(수도꼭지)과 연결된 배관에서 물이 샐 경우, 누수가 벽 뒤로 넘어가지 않도록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가장 높은 수전인 해바라기 수전이 일반적으로 바닥에서 약 90cm 정도 높이에 설치되므로, 벽 방수는 대략 1m 높이까지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해바라기 수전이 없다면, 욕조 높이 이상인 약 50~60cm 정도까지만 방수해도 충분합니다.
벽 방수가 필요 없는 이유
일부에서는 샤워 물이 벽을 때리고 그 물이 벽을 타고 넘어갈 수 있으므로 벽에도 방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벽 방수'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은 중력의 영향을 받아 항상 아래로 흐르기 때문에, 벽에 튄 물은 벽을 통과하지 못하고 아래로 흘러내립니다. 수영장처럼 벽면에 항상 물이 고여 있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벽 방수는 불필요합니다.
과거 초가집에 지붕 방수가 없었듯이, 현재 아파트나 빌라에 옥상 방수를 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물의 흐름을 이해하면 필요한 곳에만 효율적으로 방수 처리를 할 수 있습니다.
과거 초가집의 경우, 뛰어난 방수 기술 때문이 아니라 지붕의 경사 때문에 별도의 지붕 방수가 필요 없었습니다. 지붕이 경사져 있어 빗물이 고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아래로 흘러내렸기 때문에 집 안으로 물이 새어 들어올 염려가 없었던 것이죠.
욕실 벽 방수가 불필요한 이유
마찬가지로 욕실 벽은 수직이기 때문에 샤워기 물이 계속 튄다고 해도 벽을 뚫고 반대편이나 아래층으로 흘러내려가기는 어렵습니다. 물은 중력에 의해 항상 아래로 흐르므로, 벽에 튀는 물은 결국 바닥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다만, 타일 본드로 시공된 벽의 경우, 샤워기 물이 타일 줄눈을 통해 유입되어 타일 본드를 녹이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줄눈 시공 시 방수제를 섞어서 사용하면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사진처럼 높이 방수할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벽 전체를 높이 방수하는 것은 보여주기식 공사인 경우가 많습니다. 시공자가 자신의 노력을 과시하거나, 심지어는 불필요한 시공비를 추가로 요구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이런 과도한 방수 시공을 요구하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최근 들어 불필요하게 높은 수준의 방수를 요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도막 방수 시공
특히 도막 방수(고뫄스)를 진행할 때는 벽 전체를 높이 시공하기보다는, 아래 사진처럼 모서리 부분만 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는 물이 새기 쉬운 취약 부분만 보강하여 효율성을 높이는 합리적인 방법입니다.
과거에는 고뫄스 같은 도막 방수제를 벽에 칠하면 그 위에 타일이 잘 붙지 않아, 보신 사진처럼 모서리 부분만 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덱스(ARDEX)나 마페이(MAPEI)와 같은 회사에서 출시되는 도막 방수제는 방수 처리 후에도 그 위에 타일을 시공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요즘은 벽에도 도막 방수를 넓게 시공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과유불급: 합리적인 방수 시공
물론 액체 방수(액방) 후 도막 방수까지 하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아덱스나 마페이 같은 고가의 제품으로 벽 전체를 도막 방수하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뫄스만으로도 충분히 효과적인 도막 방수가 가능하며, 욕실 환경에 따라 적절한 수준의 방수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필요하게 높은 비용을 지불하거나 과도한 시공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