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리모델링, 욕조 철거는 신중하게!
욕조를 사용하지 않아 철거하고 샤워 공간을 만들고 싶어 하는 분들이 간혹 계십니다. 하지만 저는 욕조 안에 물을 받아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욕조 안에서 샤워하는 것 또한 욕조를 활용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욕조 철거가 가져올 수 있는 불편함
욕조를 없애고 샤워 공간을 만들면 보통 욕조 배수구멍을 막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샤워 시 발생하는 비눗물이 욕실 중앙의 유가(배수구)로 흘러들어가게 되고, 바닥에 비눗물이 남아 욕실 바닥이 더러워지기 쉽습니다. 결국 이 비눗물을 다시 물로 청소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기죠.
반면, 욕조 안에서 샤워를 하면 비눗물이 욕조 안에서만 머물다가 배수구로 흘러들어가 욕실 바닥이 깨끗하게 유지됩니다. 즉, 욕조 덕분에 욕실을 반건식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욕조 자리 배수구 활용의 현실
"욕조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배수구를 살리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 분들도 계십니다. 생각하면 그럴듯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욕실 바닥은 경사(구배)가 있어 욕조 자리 쪽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그래서 욕조 자리를 없애고 그곳에 배수구를 만들어 놓는다 해도, 욕실 바닥의 물이 중력을 거슬러 그곳으로 빠져나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배수구가 하나 더 생겨 욕실 관리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바닥에 단을 주어 샤워물이 욕조 배수구로 흘러가게 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단을 주고 파티션을 설치하면 샤워물이 욕조 자리 배수구로 흘러들어가게 만들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욕조 배수구멍은 작아서 유가(배수구 덮개)의 직경도 작습니다. 이 때문에 거품이 있는 비눗물 같은 경우, 유가 직경이 작아 물과 거품이 함께 빠져나가지 못하고 물만 먼저 빠져나가 비누 거품이 바닥에 남아있게 됩니다. 결국 다시 물을 뿌려 거품들을 유가로 밀어 넣어 줘야 하는 불편함이 따릅니다.
욕조 철거, 공사비 절약은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욕조를 없애면 욕조 설치 비용만큼 공사비가 절약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욕조를 없애고 샤워 공간을 만들게 되면 추가 공사 비용이 발생하여 사실상 욕조 자재값과 비슷해집니다.
저자의 결론
따라서 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욕조는 없애지 말고 교체하는 것을 추천합니다.